몇 장 읽다 버려둔 책이, 가장 힘들던 때 나를 붙잡아줬다.

“나도 책 좀 읽어야 하는데.”
“책 읽으면 좋지?”
“진짜 꾸준히 읽는다. 대단하다.”

주변에서 자주 듣는 말이다.

그런데 나도 꾸준히 읽은 지 이제 3년밖에 안 됐다. 그 전엔 나도 저 말을 하던 사람 중 한 명이었다.

원래 책을 좋아하던 사람도 아니었고, 책을 사놓고 몇 장 읽다가 덮어버리기 일쑤였다.

나는 왜 책을 계속 읽게 된 걸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답은 단순했다. 독서에 익숙해진 거다. (익숙해지기까지 했던 방법은 지난 글들에 정리해뒀다.)

그런데 지금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책을 펼친다.

그렇게까지 책을 좋아하지 않던 사람이 이제는 스스로 책을 찾게 된 이유.

돌아보니 결국 독서가 익숙해졌고, 그 과정에서 책이 내게 주는 좋은 점을 직접 경험했기 때문이었다.

책을 읽으면 뭐가 좋을까?

책을 읽으면 사고력이 좋아지고, 지식이 쌓이고, 세상을 이해하는 힘이 생긴다고 한다.

물론 맞는 이야기겠지만, 사실 책을 읽기 전에는 이런 말들이 크게 와닿지 않았다.

그런데 독서가 익숙해지면서 조금씩 달라졌다. 책을 읽는 행위 자체가 좋아졌고, 읽으면서 생각하는 시간이 자연스러워졌다.

그리고이 질문에 가장 확실하게 답할 수 있게 된 건 올해 초였다.

개인적으로 많이 힘든 시기가 있었다. 처음엔 나를 자책했다. 자책이 길어지니 나를 몰아세우고 괴롭히게 됐고, 나중엔 불평과 불만까지 휘몰아치려고 했다.

그런 내 모습이 너무 낯설었다. 그리고 괴로웠다.

가장 힘들었던 시기, 의식적으로 책을 펼쳤다

40년 넘게 살아오면서 처음 겪는 감정들이 있었다. 좌절감, 죄책감, 우울감.

처음에는 나 자신을 자책했다.

‘내가 왜 그랬을까?’

‘내가 뭘 잘못한 걸까?’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더니 어느 순간 불평과 불만까지 쏟아내고 싶어졌다.

평소의 나와 너무 다른 모습이 낯설었다.

스스로를 몰아붙이는 것도 괴로웠지만, 점점 부정적인 생각에 갇혀가는 내 모습이 더 힘들었다.

그때는 사실 뭔가를 새롭게 시작할 마음의 여유조차 없었다.

부정적인 상태에선 사실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래서 거의 의무처럼 두 가지만 정했다.

아침마다 명상하기. 그리고 무조건 30분 책 펴기.

의식적으로 책을 들었다.

문제가, 더 이상 문제가 아니었다

그런데 신기한 일이 생겼다.

책을 읽고 나면 거짓말처럼, 나를 괴롭히던 문제가 문제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나를 자책할 일도, 남을 탓할 일도 아니었다. 그러니 불평하고 불만을 가질 일 자체가 아니었던 거다.

책을 읽으면 세상을 이해하는 힘이 생긴다고들 한다. 내 경험으로 풀면 이렇다.

나는 감정이 부정적이거나 극도로 힘들 때 한쪽으로만 생각하고, 이성적인 판단을 잘 못한다. 책은 그때 상황을 한 발 떨어져서 다시 보게 해줬다.

그렇게 40년 넘게 살면서 처음 겪었던 좌절감, 죄책감, 우울감을 나도 놀랄 만큼 어렵지 않게 지나왔다.

그때 술술 읽힌 책은, 예전에 버려둔 책이었다.

그때 한창 읽던 책은 『기분을 관리하면 인생이 관리된다』와 『데일리 필로소피』였다.

재밌는 건 두 권 다 예전에 베스트셀러라서 사놓고, 몇 장 읽다 덮어둔 책이었다는 거다. 그런데 이때는 완독까지 술술 읽혔다.

책도 읽히는 시기가 있는 것 같다.

그러니 안 읽히는 책을 꾸역꾸역 붙들고 있지 말자. 잠시 책장에 모셔두고, 가끔 한 번씩 다시 꺼내 보면 된다.

덕분에 지금 내 책장엔 그런 책이 쌓여가고 있다. ㅎㅎ 책을 그만큼 사고 있다는 부작용은 덤이다. 😌

정리하며

물론 사람인지라 지금도 문득문득 불안감이나 우울감이 찾아온다.

그럴 땐 어김없이 책을 펴고, 산책을 한다.

인간은 학습하는 동물 아니던가. ㅎㅎ😅

내게 책은 마음이 흐려진 날, 생각을 다시 선명하게 해주는 도구다.

해볼 한 가지

마음이 복잡한 날, 딱 30분만 책을 펴보면 어떨까. 예전에 몇 장 읽다 덮어둔 책이어도 좋다.
어쩌면 지금이 그 책이 읽히는 때일지도 모르니까.

댓글 달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