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콘 FM2로 담은 양재시민의숲, 여름과 가을 사이의 필름 사진 기록
필름카메라를 다시 꺼내 들고 가장 먼저 하고 싶었던 것은 특별한 여행지가 아닌, 평소 지나치던 공간을 기록하는 일이었다.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으면 순간을 빠르게 저장할 수 있지만, 필름카메라는 사진을 찍기 전 한 번 더 바라보게 만든다. 어떤 장면을 남길지 고민하고, 한 장 한 장 신중하게 셔터를 누르게 된다.
이번 촬영지는 서울 양재시민의숲이었다.
푸른 계절이 지나가고 가을이 시작되기 전, 여름의 초록이 아직 남아 있던 시기에 니콘 FM2와 코닥 울트라맥스400 필름으로 공원의 모습을 담아봤다.

니콘 FM2와 코닥 울트라맥스400으로 기록한 하루
이번 촬영에 사용한 카메라는 니콘 FM2다.
니콘 FM2는 1982년 출시된 기계식 필름 SLR 카메라로, 배터리에 의존하지 않고 대부분의 기능을 직접 조작해야 하는 카메라다.
처음 사용할 때는 초점과 노출을 직접 맞추는 과정이 어렵게 느껴지지만, 익숙해질수록 사진을 찍는 과정 자체가 하나의 취미가 된다.
이번에는 코닥 울트라맥스400(Kodak UltraMax 400) 필름을 사용했다.
ISO 400 필름은 야외뿐 아니라 조금 어두운 환경에서도 활용하기 좋아 필름 입문자가 사용하기 좋은 편이다. 특히 자연 풍경을 찍을 때 색감이 부드럽고 따뜻하게 표현되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양재시민의숲에서 만난 여름과 가을 사이
양재시민의숲은 서울 도심 안에서도 나무와 물, 산책로가 어우러진 공간이다.
높은 건물과 자동차가 많은 도시 안에서 잠시 속도를 늦출 수 있는 장소라는 점이 좋았다.
촬영했던 날은 여름의 끝자락이었다.
나무들은 여전히 초록빛이었지만, 바람과 빛에서는 조금씩 계절이 바뀌고 있다는 느낌이 있었다.
연못 주변의 풍경, 햇빛 사이로 보이는 나무, 바람에 흔들리는 풀잎 같은 평범한 순간들이 필름 안에서는 조금 다르게 남았다.
디지털 사진처럼 선명하고 완벽한 결과물을 바로 확인할 수는 없지만, 기다린 뒤 사진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분위기를 발견하는 재미가 있다.

필름 사진은 완벽한 순간보다 기억을 남기는 방식에 가깝다
이번 촬영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의도하지 않은 흐림과 색감이었다.
디지털 카메라였다면 초점을 다시 맞추거나 보정했을 장면들이 필름에서는 그대로 기록됐다.
살짝 흐려진 나무 사이 풍경이나 빛이 번지는 느낌은 오히려 그날의 분위기를 더 잘 보여주는 것 같았다.
필름카메라의 매력은 정확한 사진보다 그 순간의 공기와 감정을 남기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사진을 찍은 장소와 날씨, 그날 느꼈던 기분까지 함께 기억하게 만든다는 점이 디지털 사진과 다른 부분이다.

천천히 바라보는 취미가 필요할 때
요즘은 사진 한 장을 찍고 바로 확인하고 삭제하는 일이 자연스러워졌다.
하지만 필름카메라는 한 롤의 필름 안에서 제한된 숫자의 사진만 찍을 수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더 오래 바라보게 만든다.
양재시민의숲에서 보낸 시간도 특별한 이벤트가 있었던 날은 아니었다.
그저 산책하며 지나친 풍경이었지만, 니콘 FM2와 필름 덕분에 다시 꺼내 보고 싶은 기록이 되었다.
빠르게 소비되는 이미지보다 오래 기억할 수 있는 순간을 남기고 싶다면, 필름카메라는 충분히 매력적인 취미가 될 수 있다.
언젠가 같은 장소를 다시 방문한다면 이번과는 또 다른 계절의 모습을 필름에 담아보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