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중반, 예상하지 못한 멈춤의 시간 5개월 차|불안과 조급함을 다스린 3가지 방법

예상하지 못한 백수 생활에 돌입한 지 어느덧 5개월째다.

처음 퇴사했을 때만 해도 이직에 대한 두려움은 그다지 크지 않았다.

나름대로 내 커리어에 대한 자신감도 있었고, 3~4년 전 이직할 때도 한 달여 만에 큰 어려움 없이 만족할 만한 회사로 옮겼던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잘되겠지.’

솔직히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구직 활동을 시작해보니 내가 알고 있던 채용시장과는 많이 달라져 있었다.

특히 AI가 빠르게 확산되는 몇 년 사이 일하는 방식도, 기업이 원하는 역량도 달라지고 있었다.

그때부터 조금씩 조급해지기 시작했다.

‘내 경력이 이제는 경쟁력이 없는 건가?’
‘내가 너무 오래 한 분야에만 있었던 건 아닐까?’
‘이러다가 생각보다 훨씬 오래 쉬게 되는 건 아닐까?’

평소의 나라면 잘 하지 않던 생각들이 하나둘 생기기 시작했다.

나는 원래 긍정적인 사람이라기보다, 돌파구를 찾는 사람이었다.

돌이켜보면 어린 시절부터 크고 작은 어려움을 꽤 경험했다.

내 또래에게는 낯설지 않을 IMF 시절, 한창 사춘기였던 때 아버지의 사업 실패를 겪었다.

그 과정에서 아주 자연스럽게 알게 된 것이 하나 있다.

상황 자체는 내가 통제할 수 없어도, 그 상황을 받아들이는 내 생각과 행동은 바꿀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이상하게도 나는 결국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냈다.

그래서인지 나는 스스로를 믿는 힘이 결과에 꽤 큰 영향을 준다고 믿는다.

흔히 말하는 ‘자존감’이라는 것도 어쩌면 이런 것일지 모르겠다.

그런데 이번에는 조금 달랐다.

40대 중반에 갑작스럽게 시작된 공백기.

생각보다 쉽지 않은 재취업.

빠르게 변하는 AI 시대의 채용시장.

처음으로 이 상황이 내가 노력한다고 해서 극복할 수 있는 일이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뭐, 어쩌겠나.

한탄만 하고 있을 수는 없었다.

원래 하던 대로 다시 돌파구를 찾아보기로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취업 준비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이 있었다.

무너진 나에 대한 신뢰를 다시 회복하는 것.

나를 믿지 못하니 무언가를 시작하는 것 자체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주 작은 것부터 시작했다.

1. 조급해지지 않기 위해 오히려 계획을 세웠다.

나는 전형적인 ESTJ 성향이다.

비생산적으로 시간이 흘러가는 것을 잘 견디지 못하고, 성격도 꽤 급한 편이다.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은 채 하루하루 시간이 흐르는 것 자체가 나에게는 상당한 스트레스였다.

그래서 손으로 쓰는 다이어리를 다시 폈다.

대신 예전처럼 빡빡하게 계획하지 않았다.

오히려 일부러 굉장히 여유 있고 러프하게 계획을 세웠다.

내가 불안해하는 것들을 하나씩 적었다.

금전적인 계획, 구직 활동 계획, 자기계발 계획 그리고 앞으로 몇 달 동안 내가 할 수 있는 일들.

막연하게 머릿속으로 생각할 때는 모든 것이 불안했는데, 종이에 적어놓고 하나씩 확인해보니 생각보다 당장 큰일이 나는 것은 아니었다.

여기서 나름의 원칙도 하나 만들었다.

‘내가 실제로 지킬 수 있는 계획만 세운다.’

계획을 너무 많이 세우고 지키지 못하면 오히려 또다시 나에 대한 신뢰가 떨어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지금의 나에게 필요한 것은 많은 일을 해내는 것이 아니라,

‘나는 내가 정한 것을 지키는 사람이다’라는 감각을 되찾는 것이었다.

2. 아주 작은 약속을 지키며 나에 대한 신뢰를 회복했다.

거창한 목표 대신 하루 동안 내가 지킬 수 있는 아주 작은 약속을 만들었다.

아침 기상 시간 지키기.
일어나면 이불 정리하기.
집 정리하기.
식물 돌보기.
정해놓은 하루 루틴 지키기.

정말 별것 아닌 일들이다.

하지만 지금 생각하면 이 작은 행동들이 꽤 중요했다.

하루를 마치면서 최소한

‘오늘도 내가 하기로 한 것을 했다.’

라는 생각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서는 독서 습관을 만들어놓은 것도 참 다행이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

책에서 읽었던 방법들을 내 생활에 하나씩 적용해보고, 실제로 나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가는 과정이 생각보다 큰 도움이 됐다.

큰 성공 하나가 갑자기 나를 일으켜 세운 것이 아니라,

아주 작은 성취들이 조금씩 나에 대한 신뢰를 되돌려줬다.

3. 하루에 한 번은 일부러 ‘천천히 하는 시간’을 만들었다.

공백기를 단순히 ‘빨리 취업해야 하는 시간’으로만 보내고 싶지 않았다.

물론 취업은 해야 한다.

그렇다고 하루 종일 채용공고만 들여다보면서 조급해한다고 취업이 하루 빨리 되는 것도 아니었다.

그래서 지금의 시간을 내가 제대로 쉬는 방법을 배우는 기간이라고 생각해보기로 했다.

하루에 한 번은 반드시 천천히 할 수 있는 일을 했다.

아침에 잠깐 명상하기.
좋아하는 음악 듣기.
식물 돌보기.
핸드드립으로 커피 내려 마시기.
책 읽기.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나처럼 성격이 급한 사람에게는 가만히 커피가 내려오는 몇 분을 기다리는 것도 꽤 좋은 연습이었다.

무언가를 빨리 해내기 위한 시간이 아니라 그냥 내가 좋아하는 것을 천천히 하는 시간.

그 시간을 하루에 한 번씩 일부러 만들었다.

나는 잘 쉬는 것도 지금의 나에게 굉장히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언젠가 다시 일을 시작하게 될 텐데, 그때 돌아봤을 때 지금의 몇 달을 온통 불안과 조급함으로만 기억하고 싶지는 않았다.

불안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이렇게 생활한다고 해서 불안이 완전히 없어졌느냐 하면 그렇지는 않다.

아직도 구직 활동은 현재 진행형이고, 가끔은 조급해진다.

채용공고를 보다 보면 다시 자신감이 떨어지는 날도 있다.

다만 예전과 달라진 것이 있다.

나는 지금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

현재 상황을 받아들이고 있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찾고 있고,
조금씩 실행하고 있다.

그 사실만으로도 마음이 꽤 달라졌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마음이 조금씩 회복되기 시작하자 다시 무언가를 해보고 싶은 의욕도 생겼다.

의욕이 생기니 그제야 달라진 채용시장에서 내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도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지금도 위에서 이야기한 루틴은 계속하고 있다.

어쩌면 회복이라는 게 어느 날 갑자기 **“이제 괜찮아!”**가 되는 것은 아닌지도 모르겠다.

불안한 상태에서도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일을 하고,

그 작은 행동을 반복하면서 다시 나를 믿게 되는 과정.

지금의 나에게 회복은 그런 의미에 더 가깝다.

그리고 이제는 현실적인 준비를 시작했다.

오늘은 40대 중반에 갑작스럽게 공백기를 맞은 내가 마음을 다시 추스르기 위해 했던 것들을 주절주절 적어봤다.

그런데 마음만 다스린다고 현실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조금씩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이번에는 또 다른 숙제가 보였다.

3~4년 전과 완전히 달라진 채용시장에서 나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AI를 배우기 시작했고, 기존 경력을 다시 바라보기 시작했고, 이전에는 해보지 않았던 것들도 하나씩 시도하고 있다.

아직 성공담은 아니다.

나 역시 지금 한가운데를 지나고 있다.

그래서 오히려 다음 글에서는 성공한 뒤 정리한 이야기가 아니라,

40대 중반의 내가 AI 시대에 다시 취업하기 위해 지금 실제로 하고 있는 것들을 한번 적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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