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닥 H35로 담은 동해 묵호, 짧지만 알찼던 당일 치기 여행

코닥 H35로 담은 묵호, 당일치기 알찬 여행

동해에 다녀왔다.
딱히 이 골목, 이 카페를 찍어야겠다는 계획은 없었다. 그냥 카메라 하나 들고 친구도 볼겸 당일치기 여행으로 떠났다.

코닥 H35는 그런 하루에 잘 맞는 카메라다.
하프프레임이라 필름 한 롤에 두 배로 찍히니까, 이것도 찍어볼까 싶은 순간에 부담 없이 셔터를 누르게 된다.
대신 프레임 예측이 잘 안 돼서, 현상하고 나서야 “아 이렇게 잘렸구나” 하고 놀라는 재미가 있다.

골목을 걷다 보니 담벼락마다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시장 풍경, 사람들 얼굴, 오래된 이야기들이 벽 하나하나에 담겨 있었다.
정확히 몇 번째 골목이었는지는 기억이 흐릿하지만, 그 골목의 공기는 또렷하게 남아 있다. 낡은 계단, 화분들, 누군가 걸어둔 깃발과 부표들이 바람에 흔들리던 모습.

언덕을 좀 더 올라가니 파란 지붕들이 다닥다닥 붙은 마을이 바다를 향해 펼쳐졌다.
코닥 울트라맥스 400은 이런 장면에 유독 강하다. 하늘의 파랑과 지붕의 파랑이 미묘하게 다른 톤으로 갈리면서, 사진에 입체감이 생긴다.

걷다 보면 카페도 자주 눈에 띄었다. 검색해서 찾아간 게 아니라, 마음에 드는 간판을 보면 그냥 들어갔다.
초록 나무 사이로 “Take out” 글씨가 보이는 가게, “다락 Cafe”라는 나무 간판이 곡선 철제 장식과 함께 걸린 가게. 카페 외관을 찍을 때는 늘 사람이 지나가는 타이밍,
빛이 들어오는 각도를 고민하게 되는데, 그날은 마침 누군가 가게 앞을 지나가던 참이라 그 우연한 순간이 그대로 담겨 있는 순간이 또 남아 있었다.
(사람이 찍힌 순간은 ;; 초상권 문제로 올릴 수가 없었다 ㅎㅎㅎ)

투썸플레이스 매장 유리창에서는 시트지 속 바다 사진과 실제 풍경이 겹쳐 보이는 게 신기해서 그냥 셔터를 눌렀다.

현실의 반사와 인쇄된 이미지가 한 프레임 안에서 뒤섞이는 걸 보면서, 필름 카메라가 아니었으면 이 우연을 못 잡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날이 저물 무렵엔 하늘이 온통 분홍빛으로 물들었다.
구름 사이로 스며든 노을이 나무 실루엣과 대비를 이루면서, 굳이 뭔가를 배우지 않아도 되는 순간이 있다는 걸 새삼 느꼈다. 그냥 그 자리에 서서 하늘을 올려다보는 것만으로 충분한 순간.

여행 사진을 찍을 때 늘 생각하는 게 있다. 완벽한 구도보다, 그 순간의 공기를 남기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것.
하프프레임 카메라로 찍은 사진들은 정확하지 않다. 살짝 삐뚤고, 예상치 못한 곳이 잘리기도 한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 어설픔이 그날의 기억과 더 닮아있다.

당일 치기 빠듯할 듯했지만 그 속에서 나름의 여유가 가득했던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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